기묘한 이야기 (단편선)

늦은밤 운동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요즘 주로 이용하는 '삼양 산책길'은 왕복 약 8km가량의 코스로 이 동네 이사후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이다. 물론 이 코스에서도 싫은 부분이 있다. 우리 동네와 옆 동네 산책로를 이어주는,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고갯길이다. -낮에는 크게 관계 없지만 밤길은 아무래도 조금 무섭다. 밤에 산책을 위해 그 길을 지나야 할 때...

화성 편도 손님 그리고 마리모

내 직업은 우주를 유영하는 택시기사다. 지구에서 손님 한분을 태우고 이곳 "달"로 온지, 벌써 13일째가 되어가고 있다. "지구행 손님은 안 잡히나..."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행성내 손님들일 뿐이다. 달의 이쪽 도시에서 저쪽도시로 이동하거나 반대의 경우일 뿐,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손님은 여간해선 잡히지 않는다. 행성간 운행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

우동이즘 단편선

뉴스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려던 중이었다. 몇 달전, 달의 뒷면에 소행성이 충돌 했는데 그때의 충격으로 인해 달이 조금씩 지구와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일이면 달과 지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은 달이 붕괴되어 지구로 흩뿌려진다는 것이다. 최근 달은 하늘의 1/10을 덮을...

"아이의 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픔에 찬 눈을 가진 아이였다" 아이는 차비가 없는지 버스에 오르기 전 내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시골길 손님이라곤 하루에 1명이 있을까 말까 한 한적한 노선이지만 언제까지고 마냥 기다려 줄 수만은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서있을 거야!! 빨리 자리에 앉아!!" 일단 아이를 태운 뒤 버스를 출발시켰...

장마철 습기 조심

"장마철이 지나고 이불에 버섯이 돋아났다" 평소에도 습기가 많아 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버섯이 자랄 줄은 몰랐다. 반지하 원룸. 시설이나 방 크기에 비해 저렴한 가격 여기다 싶어 급히 계약을 한 게 문제였다. 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집들은 화장실이 문 밖 30m 거리에 있는가 하면 최소 40분은 기다려야 따듯한 물을 ...

프리지어 그녀

"나는 지금 사막 한가운데 나무를 심고 있다." 서기 1030년여기는 동북 아시아 사막부근이다. 나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뒤 2030년 환경부로부터 파견된"지구 녹지화 천년 사업"의 환경공무원이다. 2030년대 사람인 난 이 곳에서, 1030년대 사람들을 고용해 일을 하고 있다. 천 년 후의 숲을 만들기 위해 천 년 전의 사람들을 고용해 사업을 펼치다니 참...

단백질로 구성된 몸이 있고 혈액이 흐르고, 호흡을 한다면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느 날 욕실에서 갑자기 태어났다. 나의 부모는 30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 그녀는 샤워 도중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냈고 잘린 머리카락은 물줄기에 의해 수채 구멍 부근으로 흘러가 뭉쳐졌다. 머리카락과 흐르는 물로 엉켜진 수채 구멍은 공기구멍이 막혔다 ...